제목 | 감성과 디자인 시대 …외모 가꾸기는 작은 실천이죠 |
매체명 | 이코노믹 리뷰 |
방송일자 | 2008.02.11 |
감성과 디자인 시대 … 외모 가꾸기는 작은 실천이죠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국내외 미술계를 놀라게 한 팝 아티스트 낸시 랭. 패션·광고모델, 방송 진행자로서 대중적 인지도에 과감한 노출과 거침없는 언변으로 자의반 타의반 스캔들 메이커이자 문화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다. 28세의 그녀가 최근 강남구 청담동에 피부과를 개원한 31세의 윤영민 원장을 만났다. 둘은 대학 시절부터 알고 지내며 우정을 쌓아 온 친한 선후배이자 고객과 의사 사이. 낸시 랭은 미(美)를 창조하고 전파하는 아티스트로서, 윤 원장은 스스로의 미를 발견하고 사랑하도록 하는 의사로서, 모두 최고를 지향하는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다. 창조적인 미와 인공적인 미의 영역을 공유하는 두 사람이 만나 솔직 담백한 뷰티(beauty)토크를 나누었다. 낸시 랭은 원래 천방지축에 잠꾸러기? 윤영민(이하 영민): 낸시! 천방지축 대학 시절과 비교하면 정말 바뀐 게 없다. 시간만 지나고 하는 일만 다를 뿐이지 그 사람 그대로다. 낸시 랭 (이하 낸시): 원래 잠이 무지 많은 애였잖아. 하루에 13시간 15시간 자던 애였지. 아예 오전 중에는 약속을 잡지도 않아. 근데 요즘은 바뀌었어. 하반기에만 국립현대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파리국제아트페어 등 줄줄이 잡혀 있어. 작품 제작, 전시 준비하고 방송, 기업 쪽 일하느라 5시간 이상 자는 날도 없을 지경이야. 영민: 사실 네가 유명해 진 뒤 언론 기사를 많이 접했는데 악플(악성 댓글) 보며 일일이 아니라고 설명해 주고 싶은 맘도 굴뚝이었어. 예나 지금이나 튀는 옷차림, 무한대의 음주가무는 여전하고. 예전부터 어떤 연예인보다 발산하는 끼가 대단했는데 말이야. 낸시: 내 신조가 Just be Myself. 그냥 내 자신 그대로를 지켜나갈 거야. 아티스트로서 극과 극을 가는 것에 대해 좋다고 생각해. 사실 안티, 그들 잘못 없어. 인터넷에 떠도는 주관 섞인 글, 잘못된 진실과 사실이 짬뽕된 것들을 낸시 랭으로 알고 있어. 내가 미워할 이유가 없지. 영민: 낸시는 만들어진 이미지가 아니라 낸시의 생각, 낸시의 행동 그 자체가 아트로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낸시: 아티스트에게 치명적인 건 무관심이야. 난 제발 아티스트로서의 활동, 성과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지. 나의 패션, 말과 행동, 노출, 퍼포먼스만 기억하는 것은 나를 반쪽만 보는 것과 같아. 나는 항상 말해. 내 작품에 대해 제발 욕 좀 해 달라. 6개월 1년 준비하고 전시회 가지면 막상 본질은 비껴가고 이벤트, 비주얼 퍼포먼스 등만 다뤄. 영민: 패션, 전자, 백화점 등 기업들과 일이 많았는데. 낸시: LG전자와 ‘낸시랭 실종 사건’ 프로모션 할때는 정말 전화를 꺼 놓고 실종한 듯했지. 처음부터 나를 염두에 두고 기획했데. 나 역시 많은 아이디어를 주었어. 모니터가 2배 이상 팔렸다고 하니 뿌듯해. 지난 1년 간 쌈지스포츠에서 아트디렉터로 활동하다 최근 계약이 만료됐어. 쌈지 천호균 대표는 동물적 본능을 가진 분이었어. 둘 다 원하는 것을 얻었어. 사실 기업과의 일은 쉽지 않아. 나이 든 CEO들은 고루해. 큰 변화를 원치 않아. 그런데 그 밑의 부장, 차장 등 중간간부 중에서는 혁신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 추진력을 가진 사람이 많아. 기업들이 이들을 장려하고 경청해 주었으면 해. 성형하고 싶어도 못하는 이유는 영민: 최근 가슴을 두고 성형 논란이 있더라. 낸시: 라디오프로그램 패널로 나갔어. 스튜디오에 앉아 있으면 애청자, 네티즌들의 질문이 모니터에 줄줄이 올라와. 누가 가슴성형에 대해 물었고 난 아니라고 답했을 뿐이야. 영민: 나는 성형자체를 나쁘다고 보지 않아. 누구나 아름답고 매력적일 권리가 있어. 피부 전문의로서는 피부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정신적인 괴로움을 겪기도 해. 그래서 고객들에게 자연스러운 것이 중요하며 드라마틱하게 변하지 않도록 조언하지. 이런 사람들이 자신감과 정신적인 건강을 되찾고 ,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사랑하도록 하는 게 내 작은 바람이자 소망이야. 낸시: 미를 추구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남자나 여자나 성형에 대해 중독되는 것은 절대 반대야. 주위에 연예인들 무척 많이 보잖아. 맨날 (피부과 등에서) 누워 산다는 게 맞아. 얼굴, 몸매가 재산이잖아. 나이 들고 주름지는 걸 줄여야 하고 또 곱게 늙어 보여야 하니 정말 대단한 노력이야. 영민: 낸시는 피부 관리말고 성형수술 한 적이 없다는 것 알아. 다행인 것은 수술보다 관리의 개념이 늘어난 것이지. 보톡스, 레이저처럼 위험성도 줄고 이미지를 크게 망칠 일도 적잖아. 사실 최근 연예인들을 보면 수술로 전후의 이미지가 완전히 바뀐 걸 보잖아. 자기만의 이미지를 잃은 게 아닌가 아쉬운 점도 많아. 낸시: 어릴 적에 엄마가 그러더라고. 수술해서 네가 아름다워진다면 돈을 얼마라도 쓰겠다. 엄마는 예쁜 거보다는 부티(부자 티) 귀티(귀한 티)나는 걸 엄청 중요하게 생각하셨어. 견적 내고 전후를 비교하니 쌍꺼풀하고 코 높이고 하면 내 얼굴이 싼티가 나서 낸시만의 매력이 없어져 버린데. 그건 성형해서 될 일이 아니었어. 나도 그런 생각은 변함이 없어. 영민: 난 병원과 의사는 마지막 제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사람들은 마지막에 병원을 찾아오게 돼. 의사도 먹고 살기 힘든 시대야. 나도 개원하고 나서 혼자 스케줄 관리하느라 정신 없어. 진료만 하는 게 아니라 경영자가 되고 홍보담당자가 되고 총무, 인사담당자가 되어야 하지. 그렇다고 환자를 돈벌이 대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어. 성형이든 뭐든 환자가 무리하게 요구한다는 걸 의사들은 알지. 그 때 마지막에 제어는 병원, 의사가 해야 하지. 요즘 ‘환골탈태’ ‘긍정’ ‘배려’에 꽂혀 영민: 너무 당연한 얘기겠지만 아름다움의 중요함은 얼굴, 몸매 말고 내적 건강도 중요해. 심장·폐 등 장기의 건강과 마음의 건강이지. 마음이 아름다워야 사람이 선해 보이고 아름다워 보여. 낸시: 맞아. 나 대학 땐 정말 개인주의자였어. 난 나대로 잘 할 테니 내 일에 간섭 말아라. 배려가 없었지. 그런데 요즘 내가 봐도 내적으로 많이 성숙해 진 것 같아. 배려, 긍정적인 마음의 중요성을 알게 됐어. 할 일, 하고 싶은 일은 태산인데 현실이 나를 발목잡고 원하는 대로 안 되면 짜증나. 관대해지기 어려워지고 내가 이겨내지 못하면 화나고 일도 안 풀리지. 이러지 말아야지. 그래서 꽂힌 말이 바로 환골탈태(換骨奪胎). 요즘 단단히 마음먹고 기도하고 있어. 영민: 세스 고딘이 쓴 《보랏빛 소가 온다》를 읽고 낸시에게도 선물했지? 책에서 디자인이 힘이라는 말이 기억나. 겉으로 보여 지는 걸 무시할 수 없는 세상이다. 거스를 순 없고 어떻게 순응하고 적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낸시: 우리도 어차피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잖아. 아름다움이 우리 삶을 바꾸게 해줄 수 있다고 봐. 개인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 중의 하나가 외모 가꾸기야. 귀찮지만 거기서 시작해야지. 영민: 낸시는 패리스 힐튼을 경쟁자로 꼽지. 힐튼은 돈도 많고 예쁘고 인기 있고 다재다능한 거 같다. 낸시: 패션 스타일, 이미지 메이킹, 음반, 패션 등에서의 사업수완을 보면 대단한 능력, 동물적 본능을 갖추었지. 멍청하다고 하지만 정말 머리가 똑똑한 여자야. 영민: 재벌가 출신으로서 돈도 많고 예쁘고 대중적 인기까지 가진 건 좋아. 하지만 마약, 음주운전 등 공공의 이익에 배치되는 행동은 재벌가 출신으로서 조신하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힐튼은 아마 아무도 자신을 주목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 사람 같더라. 몸보다 마음 늙은 걸 걱정해야 영민: 낸시는 새롭고 도전적이고 젊다. 그런 낸시도 언젠가 늙게 돼. 나중에 낸시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 낸시: 패션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처럼 될 거야. 60대 중반을 넘어도 머리를 하얗게 하거나 빨갛게 염색한 섹시한 펑크 할머니지. 나이 들어 장르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미적이든 철학적이든 나를 표출할 수 있는 모습을 갖고 싶어. 정신이 늙지 않으려면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해. 영민: 하버드에서 공부할 때 교수 한 분은 동양에서 온 학생들이 장유유서(長幼有序)같은 유교적 관습에 너무 배어 있다고 말하더라. 20대 제자가 70대 교수 앞에서 다리 꼬거나 손을 주머니에 넣고 대화하는 걸 우리는 상상할 수 없었지. 거기서 내가 받은 문화적 충격도 어쩌면 유교사상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일 거야. 난 나이 값을 하라는 말을 제일 싫어해. 왜 그래야 되는지 모르겠어. 미주, 유럽 사람을 보면 몸은 늙지만 마음은 늙지 않는 것 같아. 몸이 늙는 것보다 정신이 늙는 걸 더 걱정해야 해. 낸시: 일본 전시회에 갔을 때도 40대 후반의 현지 아티스트가 내게 비슷한 말을 했어. 한국은 오랜 유교사상 때문에 자유로운 사고, 행동이 나오지 않는 것 같다고. 영민: 의사들은 대부분 박사학위를 갖고 있어. 난 그렇지 않아. 따지 못하는 게 아니라는 거 의사들은 다 알지. 난 학위가 중요하다고 생각지 않아. 그 돈으로 더 많은 세미나, 학술회의, 전문가와의 만남을 통해 내 실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낸시: 내가 미술계 비판을 많이 해서 욕을 좀 먹었어. 사실 난 내 길 만 가면 그만이야. 미술계를 짊어지겠다는 생각도 없어. 내가 원하는 길을 가고 그것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될 거야. 부와 명성을 한 손에 쥐면 재단을 설립해서 젊은 아티스트들을 발굴하고, 육성, 후원할 거야. 영민: 나 역시 세계적인 피부과 전문의가 되어 한국인의 긍지를 알리고 싶어. 그렇다고 섣불리 거창한 계획이나 목표로 포장하고 싶지도 않아. 단 요즘 하고 있는 불우 아동을 위한 무료시술처럼 의사로서 일정 정도 공익에 부합하는 일에 기여하고 싶다. □ 낸시랭 부유한 집안의 무남독녀로 미국에서 태어나 필리핀 등 외국에서 학교를 다니다 귀국, 홍익대 미대 서양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초대받지 않은 채 파격적 퍼포먼스를 펼쳐 이름을 알렸다. 이후 다수의 개인전, 초대전을 비롯한 작품 활동과 더불어 쌈지스포츠, 동아백화점(현) 등 기업체 아트디렉터이자 광고, 패션모델, 방송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다. □ 윤영민 원장 고려대 의대와 대학원(석사)을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인터내셔널트레이닝 프로그램에서 연구과정을 마쳤다. 이지함 피부과를 거쳐 최근 강남구 청담동에 허쉬 피부과를 개원했다. 대한 피부과학회, 미국 피부외과학회, 미국레이저학회 정회원이다. 이경호 기자(stanlee@ermedia.net) |